역장 2

|詩| 간이인간(簡易人間)

한밤중에 암행어사가 출두한다 암행어사가 탄 말갈기가 찬 바람에 휘날린다 암행어사가 말없이 어둠을 쏘아본다 어둠에 구멍이 나고 바람이 멎는다 애시당초 암행어사의 당찬 언어는 바람을 수평으로 가르는 임무를 띠었다는 소문이었어 간이역에 역장이 존재하지 않아 간이역에 신(神)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의 환기가 좋을 뿐더러 채광도 좋아 간이역은 단순하다는 이유로만 존재하지 당신은 간소하고 알기 쉬운 사람 샹들리에 화려한 레스토랑이 크게 내키지 않아요 가까운 간이식당에 가서 언어의 시장끼를 달래야겠어 메뉴가 한둘 밖에 없는 사람,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 내 꿈 담장 밖에 서있는 당신은 위풍당당한 암행어사다 © 서 량 2021.12.0

2021.12.04

움직이는 역(station) / 김종란

움직이는 역(station) 김종란 살아 움직이는 말(언어) 눈 깜짝 할 사이 밤이 온 마음 울타리 넘는 은하수다 언어의 역전이 당당하게 불확실하게 서있다 눈빛 턱수염 역장의 미소가 신비롭다 *달리의 구부러진 시계, 확연하게 시간 너머에 서있는 언어의 역 당신의 지금을 지켜 보는 언어의 눈 시간과 공간에서 말의 속도에서 멀어지는 기차, 다시 몸을 숨기는 역 그 찰나 사람의 말은 태어난다 부러진 가지에 새 순, 소리 간직한 깊은 눈빛 하나 *Salvador Dali –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 김종란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