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저리 8

|詩| 흥분파

흥분파 문어는 심장이 셋에다가 뇌가 아홉 개래. 심장 하나는 여덟 개 발로 콸콸 피를 보내는 일을 따로 한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언저리 길거리. 코뿔소, 하마 같은 성미 급한 동물들. 침착하게 앞발을 든 코끼리. 코끼리는 침착파, 툭하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들기는 고릴라와 문어를 흥분파로 분류했다. 고릴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어는 왜? 하고 당신은 물어보겠지. 그거 옛날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징. 詩作 노트:Lower Manhattan 자유여신상이 횃불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이는 한여름 오후 언저리였어 사람들이 왕창 떠드는 곳이 © 서 량 2024.07.29

2024.07.29

|詩| 맨해튼 2020년 4월

맨해튼 2020년 4월 당신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 안달이다. 낙동강 언저리에 흩어지는 허쉬 초콜릿 냄새. 철모에 담겨 보글거리는 라면에 얹혀 금방 익는 달걀 노른자. 군대 냄새 방부제 냄새를 기억한다. 당신은 맨해튼 브로드웨이 언저리 길거리에 간신히 간신히 주차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워 무서워하며 마스크를 쓴 청년이 자전거를 유턴하는 맨해튼  길거리 기록을 남기려고. 詩作 노트:간신히 간신히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을 보냈다. 무서움이 삶의 원동력이 되던 시절. 군대시절과 비슷하다. 군대 갔다 오면 사람이 된다더니. © 서 량 2024.04.08

|詩| 입술 언저리

입술 언저리 -- 마티스 그림 “보라색 볼레로 블라우스”의 여자에게 (1937) 눈 속에 듬뿍 찬 눈동자 까만 눈동자 옅은 그늘 엷게 어리는 목 여자의 목 흰 치마폭 굵은 주름이며 오른손 위 왼손이 부드럽다 보라색 볼레로를 부추기는 빨간 립스틱도 詩作 노트: 이 마티스 그림 속 여자는 눈이 황소처럼 보인다. 블라우스는 투우사가 입은 볼레로 조끼처럼 보여. © 서 량 20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