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붉은 거북이 붉은 거북이 -- 마티스 그림 “붉은 실내, 푸른 테이블 위의 정물” 속 여자에게 (1947) 머리는 위쪽 양팔을 앞쪽으로 꽃병에 꽂힌 여린 식물 실내에 둥실 뜬 보름달 달 속 여자가 슬며시 웃는다 빨간 벽 푸른 테이블 언저리로 지직, 지지직 갈라지는 거북이 등짝 詩作 노트: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따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서 야수파(野獸派)라 불리는 마티스에게 거북이 한 마리를 선사한다. © 서 량 2023.11.08 마티스를 위한 詩 2023.11.08
|詩| 돛단배 돛단배 -- 마티스 그림 “테라스 위의 숙녀”에게 (1906) 산등성이 곡선 보인다 미끈한 곡선 손으로 이마를 짚는 숙녀 女子 淑女가 바라보는 돛단배 돛단배 옛날엔 다 그랬다 세상 色 세상 빛이 희미하기만 했어요 여자의 왼쪽 구두 반듯한 초록색 구두 끝 詩作 노트: 마티스 초기 그림은 조심스러운 시도였다. 한 여자를 화폭에 등장시키며 ‘테라스 위의 숙녀’라 호칭했다. 연이어 터져 나올 야수파의 조짐을 다짐한 셈이랄까. © 서 량 2023.07.15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5
|詩| 야수파 어느새 기류가 토네이도로 변하네 아까부터 과감한 붓질이더니 뭉게구름을 뚫고 나를 천상으로 덜컥 끌어드리는 원색 처리 소용돌이 *구아슈(gouache) 기법으로 살아나는 당신의 불투명한 시선 긴 복식호흡의 평온을 위하여 급하게 붓을 놀리는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의 속마음이 보인다 정말? 응, 정말! 아까부터 과감한 붓자국이 배에 묻은 금빛 짐승들이 길길이 날뛰고 있네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으로써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회화 기법 © 서 량 2021.06.24 詩 2021.06.24
|詩| 유니콘 스토리 유니콘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유니콘이 배를 땅에 대고 앉아있네요 시(市) 당국의 입주허가도 없이 내 안에 살고 있는 어둑한 중세기 유니콘 잠시 본척만척하더니 불시에 내게 덤벼드는 유니콘 뿔을 피하려다 오히려 다치셨어요 이리 오세요 유니콘은 인상파예요 유니콘은 야수파다 마음 든든히 먹고 목제 울타리 너머 산딸나무 산딸나무 덤불 건너 꿈길에서 뿔을 치켜 들고 솜구름 속으로 뛰어드는 유니콘 혼자서 나와 함께 시 당국의 입주허가도 없이 © 서 량 2021.06.12 詩 202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