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2

남은 손가락 / 김정기

남은 손가락 김정기 아프리카 어느 섬에는 가족이 떠날 때마다 손가락 하나나 귓바퀴를 잘라 그 아픔으로 이별을 대신한다고 한다. 날카로운 열대의 잎으로 생살을 베이며 상처가 아물면 혈육을 잊지만 또 다음 이별이 오면 다음 손가락을 잘라 다섯 손가락이 없는 그는 어디 육신의 아픔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통증에 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평생 정을 그리워하는 그의 유언이다. 남은 손가락으로 일하면서도 열 손가락의 힘을 일궈내는 사내의 미소가 화면에 뜰 때 나는 절벽 끄트머리에 무겁게 앉았다가 무중력의 세상으로 가볍게 떠오른다. © 김정기 2013.03.02

|詩| 아, 헬리콥터 떴다

잿빛 담요로 덮인 먼 곳 구름 쪽으로 날아가는 강철 저 덜컹거리는, 귀에 익숙한 소리 도무지 없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척 오래 기다리던 꿈, 옛 사랑 나는 원시의 아프리카 불타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잠자리다 두 팔을 양껏 벌리면 한쪽 날개가 최소 스쿨 버스 한 대 길이로 창공을 누비는 날짐승이지 정말? 응, 딱 그 정도 크기! 몸 전체 어디에도 철제의 프로펠러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야 공룡시대의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에 앉아 나를 가만히 지켜보는 당신을 찾아가는 © 서 량 2021.09.01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