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 5

겨울아침 / 김정기

겨울아침 김정기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 물살이 손을 놓고 공중을 바라보는데 아득한 것들이 돌아와 한자리에 앉는 안온함이 열리는 창안에 가득하다 서리 내린 언덕을 올라가 지난밤 촛불 밑에서 쓴 편지를 부친다 가벼운 코트와 걷고 있는 것도 죄스러운 겨울 아침에 청솔가지에 앉은 싸락눈이 눈빛을 환하게 마주 본다 다시는 봄을 잉태 하지 못할 듯 깊은 잠을 깨우는 새소리는 완강해 지구의 자궁 안에서 새것들이 태동하는 소리 또렷하게 들린다 © 김정기 2009.12.22

|詩| 대형사고

겨울이 싸락눈을 감싸 안고 아무 생각 없이 부서지는 광경이다 꺾어진 겨울 나무 잔가지를 보십시오 밤 사이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 틀림 없습니다 겨울 감상법은 진정 당신 마음 하나에 딸렸어요 나무와 바람과 하늘이 한 판 크게 어우러지는 새벽이잖아요 시린 코를 하얀 마스크로 덮은 겨울이 바람 속에서 잔기침을 하는 풍경이다 아무래도 겨울을 숙청해야 되겠어, 하며 당신은 내게 낮게 속삭인다 들숨이 잦아든다 © 서 량 2020.12.17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