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4

슈만을 상상하다 / 김종란

슈만을 상상하다 김종란 텅 비인 마음이 있었다 바람도 머물지 않는 공간에 활을 그으며 운지하며, 눈짓과 화음으로 찰나를 달리는 손 등을 구부리고 주저앉은 후미진 곳 음악이 찾아와 흐른다 정신의 황홀과 불안 사이 징검다리를 걷던 그, 우리 곁으로 눈을 감고 슈만의 음악으로 들어가 이 불안과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 그에게 빛 속에서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슈만 그의 음악에 자맥질하다 취하여 날개를 단다 징검다리를 건넌다 어둠 속 그는 울고 있다 이 지극한 어둠을 내리긋는 바이올린의 활 천상의 뛰노는 음 © 김종란 2021.06.03

|詩| 슈만과 부딪치다

윈드실드와이퍼가 쿵쿵 앞창을 때린다 빗줄기 속으로 들입다 치닫는 피아노 5중주에서 슈만의 영혼과 부딪친다 고운 영혼 슈만의 음간(音間) 찡하게 슈만스러운 음간에서 재즈 화음의 불씨가 툭툭 튀어나온다 강해 아주 강해요 로버트 슈만이 major 키와 minor 키를 함부로 넘나드는 뱃심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어둠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슈만하고 빗속에서 부대끼는 중에 뒤에서 누군가 빵! 하고 경적을 울린다 나는 눈 깜짝하는 사이에 당신과 의기투합한다 © 서 량 2021.06.05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