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맺힌 말(言) / 김종란 이슬 맺힌 말(言) 김종란 종이 집에 기대어 나팔꽃 무리 진다 이슬 맺힌 말 햇빛 속에 숨어있다 경이로운 고대의 문양/ 여리고 한없이 부드러운 입술을 연다 종이 집에 누워 시간을 거슬러 비치는 비밀 문서 파랗게 질린 눈썹으로 보라색 봉인을 응시한다 경건하게 나팔꽃 무리 진다 아파도 괜찮으니 약장 문을 닫는다 종이 집 물기 머금은 소식(消息) 머문다 © 김종란 2013.07.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04
복사꽃 나무 그늘을 거닐며 / 김종란 복사꽃 나무 그늘을 거닐며 김종란 깨알 같은 소식에 귀 기울인다 누대에 걸친 서까래 대들보만큼 무거워 휘청이는 쉼표, 마침표. 몰래 후두득 봄비 소리에 묻히는 그늘을 구기고 구겨서 꽃으로 살아낸 것의 목소리 웃음소리 땅의 온기와 더불어 살아있던 것의 온기 무수히 지나가는 생명의 발자국 소리 죽이며 채 말이 되지 못한 두근거림으로 복사꽃에 가까이 다가간다 사랑에 다가가듯 거짓말처럼 연분홍 빛 그늘 © 김종란 2012.04.08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28
소식 / 송 진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소식 송 진 한 층 내려앉은 잿빛 허공이 곰삭은 낙엽 향에 휘말려 허물어져 내리면 천지 가득히 부려지는 나그네들 주인에게 버림받고 먹잇감을 찾아 방황하는 검은 고양이 어리둥절하여 올려다본다 빗줄기가 지나친 추녀 밑 그늘도, TGIF*에 달뜬 가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1.22
|詩| 달에 관한 최근 소식** 천근 만근 무거운 숨을 몰아 쉬며 소리 없이 일그러지는 달 모습을 지켜봅니다 오렌지 껍데기 열렬한 광채가 저리도 멀리 떨어져서 터지는 달빛의 생리를 헤어나지 못해서 함부로 발발하는 달 사랑 소식입니다 달에게 손을 댄다 함은 달을 즉각 망가뜨리는 짓이면서 달 쪽으로 눈길을 돌.. 詩 2008.05.28
|詩| 소식 물방울이 후루룩 날아간다 날이면 날마다 시간의 머리칼이 듬뿍듬뿍 빠진다 당신도 나도 다 시간처럼 엷어진다 기쁘다 이제는 이건 금방금방 재생되는 기쁨이다 봄이면 봄마다 밀물처럼 밀어닥치는 평화다 도마뱀 꼬리처럼 거듭거듭 거듭나는 아주 든든한 소식 © 서 량 2007.12.22 詩 200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