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망원레즈 망원렌즈 활짝 웃는 딸년학예회 프로그램을 읽다 말고 째려보는 아들놈나는 성능 좋은 현미경이다어둠 속 체크무늬 노랑 파랑 빨강네모 반듯한 격식 아늑한 세포 속 원형질추억의 끈에 매달리는 생각의 끈 맞다맞다 그렇다 그런 시각장치다 詩作 노트:40여년 전 자식들이 당연히 40여년 전으로 보이는 옛날 애들이 웃거나 째려본다 현재의 나를 보면서 © 서 량 2024.03.26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26
|詩| 굳은살 우르르 몰려드는 푸른 세포들 싱싱한 줄기세포들이 사방을 살피는 동안 면역이 생긴다 면책특권의 쾌락 당신 살결이 연회색이었다가 차츰차츰 보라색으로 변하는 거다 벌판에 바람이 불고 있어요 깃발 나부끼는 소리가 귓전에 아른거리네 싱싱한 줄기세포들이 바로 백혈구의 전신이었어 발바닥에 불이 붙었네 정신이 아뜩해 생살 터지는 분홍빛 세포막은 무통분만이다 심한 격전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을 거에요 길고 힘겨운 겨울을 치르는 동안 당신 가슴에도 서서히 굳은살이 박일 것이다 © 서 량 2020.12.06 詩 2020.12.07
|詩| 피아노, 그리고 혼잣말 5월 끝자락을 바람이 쓱 훑어 지나가네요 5월이 숲으로 재빨리 잦아드는 걸 보고 있어요 다시는 5월이 날 찾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가슴이 푹 파였지만 피아노는 대충 정갈한 옷차림이다 피아노는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은 클라리넷에게 눈길을 던진다 자, 준비가 다 되셨겠지요 하.. 詩 2019.05.28
|컬럼| 269. 양파와 오이 당신과 나는 몸매와 건강식품 때문에 은근한 압력을 받는다. 새파랗게 젊은 시절을 뒤로하고 균형 잡힌 일상을 영위하는 우리는 지금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건강과 체중관리에 꽤나 신경을 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내과의사가 체중관리와 젊음을 유지하는 식생활에 대하여 강의하는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6.09.18
진통제 / 윤지영 진통제 윤지영 대지의 끝에 매달린 초록이 힘겹다 그 가벼움의 뼈마디에서도 세포가 분열하고 여름내 달궈진 울음 사이로 진통이 시작된다 자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말들 아무것도 되어주지 못하는 일들이 내게 올 것이다 이 계절은 금지된 표지판 앞에서 가장 쉬운 일 하나 던져놓고 늘..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