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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삼각관계

삼각관계 대화는 늘 여럿이 하는 데서 끝나는 법 손을 흔드는 것도 화법인데요 초록 파도에 표류하는 열 발짝 안짝 크기 타원형 섬 여자 둘 남자 둘 중 연신 떠들어대는 사람은 나 혼자다 詩作 노트:Cross Westchester Expressway 8번 출구를 빠져 잠시 후에 들어간 PurchasePepsiCo Garden. 벤치에 앉아있는 한 남자와 두 여자 조각들과 많은 말을 나눴다.    © 서 량 2024.07.01

2024.07.01

남은 손가락 / 김정기

남은 손가락 김정기 아프리카 어느 섬에는 가족이 떠날 때마다 손가락 하나나 귓바퀴를 잘라 그 아픔으로 이별을 대신한다고 한다. 날카로운 열대의 잎으로 생살을 베이며 상처가 아물면 혈육을 잊지만 또 다음 이별이 오면 다음 손가락을 잘라 다섯 손가락이 없는 그는 어디 육신의 아픔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통증에 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평생 정을 그리워하는 그의 유언이다. 남은 손가락으로 일하면서도 열 손가락의 힘을 일궈내는 사내의 미소가 화면에 뜰 때 나는 절벽 끄트머리에 무겁게 앉았다가 무중력의 세상으로 가볍게 떠오른다. © 김정기 2013.03.02

|詩| 맨해튼 봄바람

봄바람 부는 날 쪽배에 탄 채 강물에 떠내려 갔지요 물결도 내 몸도 내내 가벼웠어요 둥둥 떠내려 갔지요 맨해튼은 가벼운 섬입니다 맨해튼은 생김새가 꼭 고구마 생김새예요 맨해튼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모두 얼굴이 고구마 모양이잖아요 자세히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바람이 목 언저리를 자꾸 파고드는 날 당신과 내가 수소, 산소, 질소, 탄소가 되어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맨해튼을 사랑하기 때문인가요 봄바람이 연거푸 불어오는 날이면 © 서 량 2008.04.14 - 2021.03.29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