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노래방 주인의 죽음 도시에 땅거미가 질 때쯤 산허리는 이슬에 젖는다 타악기 소리 들려요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네요 두 번째와 네 번째 박자에 무릎을 위쪽으로 올린다 샤워를 마치고 몸의 물기를 닦는 중이었어요 51세의 노래방 주인이 노래방 밖에서 흉기에 찔려 죽었대 묵중한 쇳덩이가 여럿 붙어있는 .. 詩 2013.09.16
|詩| 비누 향기 유황 불길이 뱀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지하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대결 같은 거요 올림픽 경기 포환 던지기의 구심력 같은 거 말이지요 나와 물 사이에 아찔한 견인력이 적용된다 유황 불길이 비릿한 땅콩 냄새를 풍기며 승천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부활입니다 아, 머리칼이 마구 헝클어지네 이제는 .. 詩 2011.01.06
|詩| 초록색 비밀 활엽수가 눈을 반쯤 감고 목덜미 따가운 햇살 샤워를 황급히 하는 사이에 눈까풀 골 깊게 파인 청개구리 한 마리, 초점 흐린 시야에 안개가 서리네 멋 모르는 양서류(兩棲類), 계절의 변화에 무척 무딘 높은 산 능선 깊숙이 사철 마르지 않는 골짜기 물줄기 그 맑은 흐름 때문에, 차가움 때문에 편안한 .. 발표된 詩 2010.07.15
|詩| 야외주차장 낯선 곳을 운전한다 다른 차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네 구름이 하늘을 줄달음치는 묵음(默音), 천지사방은 벙어리, 혹시 나는 장님일지도 몰라 새 한 마리 피겨스케이팅 하듯 궁둥이를 뒤로 빼고 사각사각 뒷걸음치네 찬바람이 내 앞섶에 부푼다 "차라리 그게 좋을지 몰라요," 라고 당신은 대꾸한다 .. 詩 2010.02.25
|詩| 봄비 한봄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실성한 빗물이 저녁이건 아침이건 개의치 않고 쏟아진다 반짝이는 설악산 계곡 폭포수보다 더 세차게 떨어지는 물살, 밀리고 쏠리는 봄의 힘살 물벼락 속에서 난동을 치는 우박, 주먹만한 우박 덩어리들이 내 창문을 때리네 이윽고 창문이 부서지네 쨍그랑! 하.. 詩 2009.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