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집 김종란 누군가 떠나는 것에 대해 말해주었으면 떠나보라고 말해주었으면 고양이는 집에 들어와 때론 기지개 펴며 창틀에 앉아 노곤한 해바라기 불현듯 어른대다 사라지는 뜬 소식에 졸음이 쏟아져 안경이 코밑에 걸린 안주인을 지켜보며 우아한 꼬리를 부드럽게 펼 수 있는 작은 공간 깃털에 젖은 밤이슬 털어내며 나뭇잎 사이를 날아올라 사고뭉치 이 장난감 새들 내가 바라볼 때 제발 최면에 걸리시라 안하무인 내 거드름에 푹 빠지시라 내가 떠났더라도 잊지 않기를! © 김종란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