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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 / 한혜영

서 량 2010. 10. 25. 00:11

 

무거운 발

                   

                  한혜영

 

살아있는 것들은

발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다

상승 기류를

계속해서 탈 수가 없다.


새들이 가벼운 깃털을 가지고도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전깃줄로 되돌아와 쓸쓸하게

까딱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발의 무게 때문이다


발만 없었더라면 태평양 상공

어디쯤에서 멋지게 실종될 수도 있었을

나도 발 때문에 지상으로 내려와야 했다


나무도 한때는 새였다는 소문이 있다

지상으로 끌려내려 올 때의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의 발에다 못질을 하고서야

한 자리 붙박일 수 있었다는 소문

 


<현대시>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