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발
한혜영
살아있는 것들은
발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다
상승 기류를
계속해서 탈 수가 없다.
새들이 가벼운 깃털을 가지고도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전깃줄로 되돌아와 쓸쓸하게
까딱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발의 무게 때문이다
발만 없었더라면 태평양 상공
어디쯤에서 멋지게 실종될 수도 있었을
나도 발 때문에 지상으로 내려와야 했다
나무도 한때는 새였다는 소문이 있다
지상으로 끌려내려 올 때의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의 발에다 못질을 하고서야
한 자리 붙박일 수 있었다는 소문
<현대시>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