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4

|詩| 편안한 겨울

내가 당신과 함께 먼 곳을 다녀 오고자 함은 당신과 가까워 지고 싶은 욕심에서다 겨울 숲 나무들이 손가락을 오그리고 서 있는 강변을 태양이 데운다 이글거리는 열기로 눈 부셔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네 너무나 기분이 좋지만 얼굴을 찌푸리네 당신과 나 둘이서 머리를 합쳐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런 아득하게 먼 곳을 금방 다녀와서 쓸어질 듯 서로들 어깨를 비비는 나무들을 봐라 혼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겨울 살결을 만져 봐라 맑은 새소리인 듯 나뭇가지 헛헛하게 흔들리는 모습인 듯 나는 당신의 말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 재잘대는 당신 목소리는 내가 짐짓 좋아하는 겨울노래일 뿐 잘게 부수어진 태양 쪼가리 수 억만개가 널따란 강물 한군데에 몰려서 부글거린다 드디어 강물이 끓어 오른다..

발표된 詩 2024.01.30

|詩| 팔을 뒤로 제키다

팔을 뒤로 제키다 -- 마티스 그림 “누워있는 무용수”에게 (1925-1926) 상상만으로 부족하나요 울창한 숲 여자의 울창한 활기 넘치는 동영상 흑백의 슬픔 떨리는 signature 맞다맞다 상상만으로는 미흡해 詩作 노트: 마티스가 도화지에 찍찍 그려 놓은 여자 그림이 좀 슬퍼 보일 때가 있다. 그림 속 무용수가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고개를 뒤로 제키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 서 량 2023.06.22

상상의 기와집 / 김종란

상상의 기와집 김종란 어머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짓고 허무셨던 상상의 기와집엔 봄볕이 화사했는지 반지르한 흰털안에 검은 눈 숨어 반짝이던 매리 기뻐 소리치듯 목청껏 짖으며 왁자지껄한 사람 소리에 꼬리를 힘껏 흔들었는지 추운 바람 맞고 있던 먼 피붙이들 따스한 안방 보료 밑에 두 손 집어 넣으며 살아온 지혜로 그려 주시는 청사진에 이젠 마음이 놓여 삭풍 이길 어깨를 다시 펴 보았는지 바람보다 잽싸게 묵은 된장 독을 여시고 마련하신 세월 곰삭은 따뜻한 점심, 넌지시 전해주시는 마음에 아린 눈을 껌벅였겠지 허리를 펴시며 흰구름 한가로이 머무는 목단 꽃밭 옆에서 꽃자주빛 향기로운 생각에 빠지셨는지 빈방에서 꼼짝할 수 없이 누우셔서 해그림자 따라 고개 돌리시다가 짓고 허물고 다시 짓던 그 기와집엔 팔삭둥이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