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통 3

|詩| 날달걀을 위한 여린 생각

--- *거리의 악사여, 세상은 넓고 당신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브르통, 수포 쓰린 속에 달걀을 깨어 넣는다 달걀이 내 몸 안에 들어온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잠식당한다 **생물속생설 안에 안주하는 나 홀씨가 발아하는 굉장한 이벤트/ 보송보송한 민들레 홀씨/ 야외천막 곡마단/ 객석을 향하여 한 발 다가서는 아코디언 주자/ 관객 한두 명이 눈 여겨 보는 악사의 대담한 복장/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두터운 천막 안 달걀 껍데기를 콕콕 쪼아 먹는 갈가마귀 한 마리 고개를 수평으로 꺾어 하늘을 보네 내 물컹한 소화기 한 모퉁이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 들리네 *앙드레 브르통, 필립 수포 공저, 자동기법으로 쓴 시집 (1921) 중에서 의 한 구절 **모든 생물은 이미 존재하는 다른 생물, 즉 어버이에..

2022.03.17

|컬럼| 403. 아령의 흉터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2021년 11월 현재 전시중인 ‘Surrealism Beyond Borders’를 관람했다. ‘경계 없는 초현실주의’의 황홀한 시간! 프랑스 시인, 정신과의사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 1986~1966)이 1924년에 선포한 ‘초현실주의 성명서’를 곱씹는다. 그의 폭탄 선언은 시(詩)에서 출발하여 모든 예술 분야에 걸쳐 전세계에 들불처럼 번졌다. 브르통은 당시 프로이트가 주창한 ‘무의식’과 그의 획기적인 논문 ‘꿈의 해석’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다. 초현실과 꿈은 무의식의 텃밭에서 피어나는 의식의 꽃이다. 초현실의 뿌리에는 무의식이라는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초현실에는 심리적 안전을 꾀하는 방어기전과 성적본능의 줄기와 잔가지들이 숨어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

|컬럼| 394. 하늘에 사람이 나르샤

병동환자 매튜가 하는 말을 직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나 또한 그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다 파악한다. 그의 심중을 눈치로 때려잡는다. 매튜는 자기를 이해하는 나를 좋아한다. 정신과의사는 환자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이 천직이다. 환자가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점에 대하여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무슨 말을 하는가, 하는 내용(content)보다 어떻게 말하는가, 하는 형식(form)에 더 신경을 쓴다. 폼생폼사다. 말이 즉 생각이다. 말의 형식이 일반인들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에 ‘formal thought disorder, 형태적 사고장애’라는 전문용어를 쓴다. 바쁜 세상에 사람들 간에 오고 가는 의사소통은 일단 구색만 갖추면 너끈히 통한다. 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