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적지 3

|컬럼| 12.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미국 고전 문학과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의 가교 역할을 한 소설가 토마스 울프(Thomas Wolfe)는 프로이드에게 정신분석을 의뢰했다가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깍듯이 거절 당했다. 그가 38살의 젊은 나이에 폐렴으로 요절하기 몇 달 전 탈고해서 1940년 사후 출판된 소설 제목은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You can’t go home again)’이다. 우리말 번역본도 나와 있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이민자들이 듣기에 가슴이 메어지는 말이다. 6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자전적 소설은 다음과 같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여기 미국에서 갈 곳을 잃어버렸지만 나는 우리가 길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I believe that we are lost..

|詩| 숯검정 강아지

갈색 머리칼이 쑥쑥 보랏빛 하늘로 뻗치는 여인아 콧등에 손가락을 슬쩍 대는 순간 아버지 본적지 초가집 마당 노적가리 밑 코끝 뭉툭하고 뱃살 폭신폭신한 그 옛날 숯검정 강아지만큼 갈색 체감온도가 쑥쑥 보랏빛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여인아 날개 접은 나비처럼 적막한 귀밑머리 아래로 땀을 뻘뻘 흘리는 내 여인아 시작 노트: 프랑스 화가 모네는 1890년과 이듬해 1년 사이에 노적가리 그림을 서른 몇개를 그렸다 한다. 내 나이 열 살 때 할머니가 홀로 사시던 경기도 농촌 초가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거기에 숯검정 강아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워리였다. 매미 소리 요란한 집 마당 노적가리 밑에서 워리와 놀았는데 참 즐거웠다. 모네 그림에 나오는 노적가리와 비슷해 보이던 삼각형 모양의 짚풀더미였다. © 서 량 2005..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