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거운 것 김종란 지하 이층 숨긴 둥지에서 깨어난 새끼 비둘기들 천진난만한 울음소리는 아침잠 묻은 채 오르내리던 지하 삼층 에스컬레이터 잠시 멈춘다 빛과 속도를 비행하며 내려와 지친 비둘기 한 마리 지하에 두고 간 노래소리 물밀듯 승객 빠져나간 지하철 통로에 남아 빨간 잠바에 흰 모자 깔끔하게 쓴 중국여인 광활한 우주에 무중력으로 뜬 채로 아직도 쉬지 않고 혼자 대화하고 있다 운행을 멈춘 별똥별처럼 명멸한다 잉크냄새 풍기며 하루는 발행되었으니 생명의 뒷문 열어 젖혀 맞바람 치는 한 켠 그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낡은 이야기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일어나 빠르게 걷는다 무거워진다 폐기되는 길 위에 지어지는 집 숭숭 뚫린 꿈과 기억을 눈물로 메운 집 가볍고 아슬아슬한 집들의 골목을 되짚어 가는 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