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5

가장 무거운 것 / 김종란

가장 무거운 것 김종란 지하 이층 숨긴 둥지에서 깨어난 새끼 비둘기들 천진난만한 울음소리는 아침잠 묻은 채 오르내리던 지하 삼층 에스컬레이터 잠시 멈춘다 빛과 속도를 비행하며 내려와 지친 비둘기 한 마리 지하에 두고 간 노래소리 물밀듯 승객 빠져나간 지하철 통로에 남아 빨간 잠바에 흰 모자 깔끔하게 쓴 중국여인 광활한 우주에 무중력으로 뜬 채로 아직도 쉬지 않고 혼자 대화하고 있다 운행을 멈춘 별똥별처럼 명멸한다 잉크냄새 풍기며 하루는 발행되었으니 생명의 뒷문 열어 젖혀 맞바람 치는 한 켠 그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낡은 이야기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일어나 빠르게 걷는다 무거워진다 폐기되는 길 위에 지어지는 집 숭숭 뚫린 꿈과 기억을 눈물로 메운 집 가볍고 아슬아슬한 집들의 골목을 되짚어 가는 길은 ..

|詩| 산개구리

산에 하늘에 산개구리 산다 내 작은창자에 개굴개굴 산개구리 산다 바위틈 별똥별 날름날름 핥아 먹는 산개구리 여드름 하나 없는 간난아기 볼기짝인냥 뱃가죽 살결 야들야들한 산개구리를 보아라 은하수 건너 후다닥 툭툭 점프하는 저 산개구리를 보아라 툭 튀어나온 눈알 속 깊은 곳에서 새벽 이슬 부르르 훌훌 털고 내 뮤즈를 슬쩍슬쩍 부추기는 산개구리, 아까부터 앞뒤 다 제쳐놓고 중뿔나게 울어 대는 개굴개굴 산개구리, 나는 시방 산개구리다 시작 노트: 20년 전에 쓴 시를 한두 군데 뜯어고쳤다. 내용을 바꾸려 해도 바꾸지 못하겠다. 나는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한심하면서도 또 한편 재미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말투가 직설적이 됐다는 점. 그래서 좀 걱정이지. 가을이면 가을마다 개굴개굴 울어대는 산개구리를..

2022.09.29

|詩| 손바닥

어느날 아침 산들바람이 회오리바람으로 변했습니다 마치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내 손바닥에서 큰 산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한폭의 화려한 풍경화입니다 별똥별이 흐르르 스쳐가는 황무지에서 놀라지 마십시오라고 누군지 귓속말 해 주는 듯한 그런 서늘한 바람이 내 손바닥에 일고 있습니다 박수의 따가움과 더할 수 없는 마음 밖으로 기어이 터지는 웃음처럼 눈물이 번지는 것입니다 모두가 다 한 순간이다 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어느날 아침 산들바람이 회오리바람으로 변했습니다 마치도 더 이상은 그냥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내 손바닥이 이렇게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 서 량 2000.11.18 (문학사상사, 2001)에서

발표된 詩 2008.01.22

|컬럼| 7. 'Shooting Star'와 별똥별

‘shooting star’를 우리말로 별똥별이라 하고 한자로는 유성(流星)이라고 한다. 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 양키들은 화살이나 총알이 시공을 횡단하는데 착안점을 두었고 한국인들은 소화기의 말단부에서 유출되는 대변을 연상했고 중국인들은 삽시간에 사라지는 별의 발작적인 동작을 마치도 물이 유유하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흐르는 별’이라고 했으니 세 민족간의 사고방식 차이가 참으로 다채롭다. "Can I tell you something?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하며 누가 접근해 왔을 때 "말 해 봐!"라고 허물 없이 반응 하고 싶으면 당신은 얼른 "Shoot!"이라 대꾸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사이에 이것을 직역해서 "쏘세요" 라고 하면 매우 쌍스럽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말의 ‘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