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2

흰 눈 벚나무 / 김종란

흰 눈 벚나무 김종란 벚꽃 어리는 눈 핏발이 서린 겨울이네 흰 눈 벚나무 수정 빛 여행가방 손잡이 알맞게 누그러졌으니 가볍든지 무겁든지 무릎 꿇고 양말을 개며 바지 탁탁 털어 접으며 오늘의 수업 마치고 목숨의 한 부분 말끔히 지운다 살아있어, 그 신비로움으로 뭉싯거리는 몸짓으로 문을 열고 낮고 짙은 회색 구름속에서 이무로이 찰라의 것들 낌새를 훔쳐내지 눈을 찌그려라도 뜨고 응시하면 물꼬가 터져 흰 눈 벚꽃이 진다 검붉은 열매가 드러난다 살아있어 봄 겨울에 흰 눈 벚나무 © 김종란 2011.02.06

우산으로 가리는 봄 / 김종란

우산으로 가리는 봄 김종란 봄에서 문을 닫아 걸고 우산으로 가려보는 낡은 미래 봄은 예외가 없지만 눈을 크게 뜨면 무모한 마음에 벚꽃이 날리는 걸 잠시 멈출 수 있지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키면 다시 암전 검은 알몸의 벚나무는 빛의 알갱이 머금은 눈물보를 터트리지 종이 보풀아기 진 익숙한 지도 마음 반쯤 감고 짚어오다 빛을 삼킨 너의 질주에 한 걸음 멈칫 비켜선다 길을 가득 메우며 우산들은 떠있다 저마다의 심정으로 봄의 소리를 가린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길 너는 휘파람을 불면서 날렵하게 달린다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종이가 찢어지듯 봄우산은 쉬이 뒤집힌다 © 김종란 201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