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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156. 뱀 이야기

제우스의 사자(使者)인 희랍 신화의 헤르메스(Hermes)는 평소에 늘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그 지팡이 꼭대기에는 비둘기의 날개가 양쪽으로 펼쳐져 있고 그 밑으로 뱀 두 마리가 꼬불꼬불 타고 오르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옛날 한국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칼라에 달고 다니던 배지가 바로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새겨진 'Caduceus' 였다. 막대기와 날개와 뱀이 합쳐진 군의관 배지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헤르메스는 또 저승사자 역할도 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을 지도하는 친절하고 발 빠른 관광 가이드였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이를테면 일종의 정신과 의사로 군림한 것이다. 로마 신화에서 헤르메스에 해당하는 신은 머큐리(Mercury)였다. 머큐리는 체온계의 빨간 수은을 뜻하기도 한다...

|詩| 밀착취재

밀착취재 -- 마티스 그림 “푸른 배경에 앉아있는 누드” 여자에게 (1936) 살色 뱀, 뱀이다 낮게 흐르는 천체, 짙은 청색 계단 큰 별 작은 별이 아파하며 뒤척이는 천체 녹색 깻잎 타원형 깻잎 영문을 몰라 하는 괄호 속, 속 깊은 살色 뱀, 뱀이다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 속 여자를 밀착취재 한다 속을 콕콕 찌르는 언급과 질문을 한다 © 서 량 2023.10.08

|詩| 검정 리본

검정 리본 -- 마티스 그림 “다이븐* 침상 위의 여자. 검정 리본”에게 (1922) 흰 꽃병이 닻을 내리는 붉은 바다 닫혀진 책에 꼬리가 닿는 뱀, 조용한 뱀 바다를 에워싼 벽, 두툼한 벽 하트 문양이 사방으로 널브러지잖아요 눈살을 약간 찌푸린 채 가만이 있는 여자 *divan: 두꺼운 받침대와 매트리스로 된 침대 詩作 노트: 마티스가 그린 여자들의 표정이 다양하다. 이 여자는 좀 찌푸린 표정. 방바닥에 던져진 책에 꼬리가 와 닿는 검정색 뱀을 보아라. 마티스는 괴이한 사람임이 틀림이 없어. © 서 량 200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