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3

침향(沈香) / 김종란

침향(沈香) 김종란 어두워진 후의 시간 눈을 감고 향을 찾는다 어두움 속으로 떠날 배낭을 꾸린다 익숙한 향 기도서 사진첩을 뒤적인다 향로(香路)를 찾는다 오래된 마음이 울지 않게 꽃처럼 부드럽게 자라고 있는 생각나무 숲을 낮게 비행하며 여리게 반짝이는 가장 오래된 눈물을 바라본다 침향(沈香) 잃었던 길 숨을 멈춘다 날개를 퍼덕이면서 일탈한다 물기 머금은 뜻 잠시 내려놓아 심해어처럼 다가 가 순이 움트던 어둠도 향기로운 새로운 소식으로 묻는다 © 김종란 2012.02.05

가을 책 / 김종란

가을 책 김종란 아직은 다 읽지 못한 책, 가을 다시 받아 들고 손끝으로 지난 지문들을 더듬어 익히며 옛 향기 흠, 흠 들이마셔 가슴에 품어보고 마음의 어둑한 서고에 가지런히 꽂아 보기도 하고 미쳐 넘겨보지 못한 채 멈춘 그 페이지 그 生生한 우울에서 시작해 크고 검은 눈망울이 뚜렷한 엉클어진 짧은 머리 큼직한 배낭을 매고 소매엔 약간 때가 묻은 분홍빛 손 꿈꾸는 너 다시 만나 불 붙어도 향기로운 가을 나무 곁을 익숙한 발자국으로 머무르던 곳 서성이던 곳을 지나치며 손가락에 침을 묻혀 넘기는 오래된 책 석양의 시간은 멈춰진 듯 느리고 붉다 이야기의 끝을 향해 더욱 선명하게 가을은 변주된다 웅크린 어둠은 저 곳에 머물게 하고 오래된 이야기 책 빛으로 지금 지나는 우리에겐 처음인 이야기 이 아까운 이야기에 ..

|컬럼| 423. 007 가방

숀 코네리(Sean Connery, 1930~2020) 주연 007 시리즈 총 7개를 인터넷을 뒤져 다시 본다. 20세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인간 발자국을 남긴 196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21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육중하고, 좀 능글맞고, 배짱 좋은, 본드, 제임스 본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처음 4편은 해마다 쉬임 없이 나왔다. ‘살인번호, Dr. No(1962)’,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1963), ‘Goldfinger(1964)’, ‘Thunderball(1965)’. 나머지 세 편은 띄엄띄엄 나왔다. ‘You Can Only Live Twice(1967)’, ‘Diamonds are forever(1971)’, ‘Never Say Never Again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