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도서관 도서관 다들 카메라 쪽을 바라보네 공부고 나발이고 옥상에 부는 바람결성미 고분고분한 의대생 여섯을 보아라홍서, 창용이, 병일이, 나, 덕성이저 멋진 신사복 차림이제 보니 태운이 옷차림이 제일 마음에 드네 詩作 노트:언제였는지 1965, 1969년 사이가 틀림 없어얼굴 표정들이 참 모두들 고분고분하지 않나 ⓒ 서 량 2024.11.08 자서전的 詩모음 2024.11.08
|詩| 선창 선창 울려고 내가 왔던가 유행가 소리 들린다 성조기 칼날 휘두르는 미동부 바람결 잊혀지는 해변 도시 부둣가 사람들 먼 사람들 시커먼 선박 멋모르고 우람한 뱃머리 하며 詩作 노트: 언제였지 뉴저지 남쪽 어디였지 거기가 혹시 Atlantic City 같기도 하고 비린내 나는 선창 © 서 량 2024.07.18 詩 2024.07.18
|詩| 펜 펜 90° 각도로담임 선생님 양복 앞주머니에 꽂히는만년필의 희망 사항言語에 들어있는 약속머리카락 곤두서는 운동장 바람결네이비 블루 잉크 스멀스멀 스며드는 無言의 담임 선생님 든든한 약속이다 詩作 노트:다들 머리카락이 차분했는데 유독 나만 머리칼이 곤두섰다 7살 때 이 사진에서 ©서 량 2024.05.10 자서전的 詩모음 2024.05.10
|詩| 요한 스트라우의 추억 요한 스트라우의 추억 왼발을 앞으로 내민 황금 바이올린 연주자나는 오른발을 쓱 내딛는다바람결고뇌에 젖은 영혼들 몸으로 대신하는 communication화면 오른쪽 하단에 놓인 과일이 먹음직스럽네 詩作 노트:몇 년 전이었지 그때가 요한 스트라우스며 작곡하는 동생을 만나려 비엔나에 간 해가 © 서 량 2024.03.18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8
넘어지다 / 김정기 넘어지다 김정기 쓰러지진 않았다 결코 잡을 수 없는 시간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일어섰다 비 내리는 정원에서 어린 날 장터에서 70년대 청와대 앞에서 우리 집 거실에서 넘어지다. 그냥 쓰나미로 덮쳐오는 나이에 밀리지 않으려 삭아가지 않으려 해도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다 달빛은 숨을 죽인다 젖은 바람도 비켜간다 산이 허물어지고 강물이 멈춰도 힘센 손에 들려서 다시 일어섰다 넘어져도 보이는 햇살 만져지는 바람결 멀어져 간 내 몸에게 사과한다 © 김정기 2019.12.07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28
뼈의 은유 / 김정기 뼈의 은유 김정기 처음으로 뼈들이 사는 마을을 기웃거렸네 어느 날부터 그들은 수런거리기 시작했고 낮은 울음이 낯익어 놓아주려고. 그래도 모반은 면하려고 잘 드는 가위로 싹둑 잘랐네 그런데 흔들릴 때마다 쏟아지는 가루백묵 닳고 삭아서 마른 소리가 난다. 미안하게도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 허물어지는 관절에도 유혈은 없다. 아직 껍질 안에 있는 길을 살피며 점점 젖어가는 옷 안에 잔뼈들의 흐느낌이 들리는 한밤 오금이 저리고 떨리는 삭신을 들켜 쥔다. 빼앗긴 칼슘에도 반란은 일어 오래된 침묵에 뼈아픈 것들이 숨어사는 곳에는 눈물에도 뼈가 있었네 바람결에도 뼈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멀지 않은 길이 아득하다. © 김정기 2016.02.04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