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3

흰 종이 문 / 김종란

흰 종이 문 김종란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와서 그리는 풍경화 그 뒷면의 문 하나의 지문으로 문은 만들어져 하나의 지도를 따라 나가 돌아와서 다시 확인하는 흰 종이 문 어둠이 빛을 바라보다 물든다 신의 손을 잡고 부활절 달걀을 물 들이며 물이 든다 이무로이 먹성이 강한 물소를 몰며 나락으로 떨어지길 즐기는 짐승 낡은 셔츠처럼 부욱 찢어져 눈 앞을 가로막다 하얗게 빛나는 뼈무덤은 어느새 초록으로 빛나는 숲을 바라본다 계절의 뒤편 문을 밀면 신이 자비로이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 김종란 2011.05.02

|詩| 꿈에 대한 보충설명

정신병은 건재한다 낮에 뜬 반달이 내게 눈길을 보내는 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돼 우리의 영혼이 안전한 길목에 접어든 증거입니다 앞이 안 보이는 마음에 들떠서 마구 들떠 허둥지둥 하늘 밖으로 쏟아지는 별무리를 잡으려 하더니 한사코 아주 평온한 기분이야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해 정신병의 갑옷이 당신의 영혼을 보호한다 든든해 아주 든든해요 반달이 내게 미소를 보내기 전, 멀리서 아주 멀리 작은 새 여럿이 떼를 지어 날아갑니다 효험 있는 약을 외면한 채 이토록 생생한 꿈의 막바지 끈을 놓지 못하는 우리들 때문에 © 서 량 2018.06.17 -- 2019년 겨울호

발표된 詩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