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5

|詩| 산개구리

산에 하늘에 산개구리 산다 내 작은창자에 개굴개굴 산개구리 산다 바위틈 별똥별 날름날름 핥아 먹는 산개구리 여드름 하나 없는 간난아기 볼기짝인냥 뱃가죽 살결 야들야들한 산개구리를 보아라 은하수 건너 후다닥 툭툭 점프하는 저 산개구리를 보아라 툭 튀어나온 눈알 속 깊은 곳에서 새벽 이슬 부르르 훌훌 털고 내 뮤즈를 슬쩍슬쩍 부추기는 산개구리, 아까부터 앞뒤 다 제쳐놓고 중뿔나게 울어 대는 개굴개굴 산개구리, 나는 시방 산개구리다 시작 노트: 20년 전에 쓴 시를 한두 군데 뜯어고쳤다. 내용을 바꾸려 해도 바꾸지 못하겠다. 나는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한심하면서도 또 한편 재미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말투가 직설적이 됐다는 점. 그래서 좀 걱정이지. 가을이면 가을마다 개굴개굴 울어대는 산개구리를..

2022.09.29

|詩| 농축된 생각이 풀어질 때

詩는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내가 부르면 詩가 내게로 달려오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지 詩가 나인지 내가 詩인지 헷갈려요 둘이서 티격태격 억지를 부리는 대목입니다 두 쪽, 세 쪽, 네 쪽으로 조각나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당신에게 횡설수설하고 싶어 대화의 엑기스를 파악하기 힘들어요 詩는 대화다 내 상투적 의식의 배경을 없애는 수법으로 내 詩語에 당신의 詩語를 합치는 기법으로 뮤즈의 내실에 노크 없이 들어간다 당신이 연주하는 주제와 변주곡이 멋져요 나는 농축된 詩, 꿈이다 © 서 량 2021.04.2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