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물 / 김정기
화성의 물 김정기 화성에도 물이 있대요. 숨은 사랑의 열기가 식지 않은 따뜻한 물이 하늘에 떠다닌대요. 나그네의 발자국에도 물이 고여 어둠속으로 스며들고 목마르면 손톱으로 샘을 파서 한 웅 큼 마시면 된대요.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은 밋밋해서 얼음판 같고 위로만 솟아오르는 분수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대요. 물이 있는 곳은 언제나 어둠뿐이라 색깔은 분별할 수 없대나 봐요. 눅눅한 시간 웃자란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도 오래된 사람의 눈빛과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되었던 이렇게 불투명한 물속에서나마 소소한 대화의 끈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제비들이 떼 지어 남극으로 갈 때 묻어서 가다가 화성으로 가겠어요. 화성에 물을 마시면 잃었던 시간이 되돌아온대요. 안과 의사가 말했어요. 하루에 두 번씩 화성의 물을 떠다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