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5

|詩| 시론토론 --문정희에게

일년 좀 넘어서 뉴욕 북쪽으로 차를 몰면서 옆 자리에 앉은 정희에게 나는 내 시만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남의 시는 마음에 차지 않으니 어쩌면 좋지? 하며 말했다가 얼른 후회한다. 빨강 노랑 나뭇잎들이 차창에 마구 달려드는 가을 하늘 곁으로 정희가 깜짝 놀라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얼굴로 노려본다. 위험천만한 발상! 이 사람아, 설사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해도 그렇게 함부로 발설하는 게 아니지. 일년 좀 넘는 동안을 한 달에도 몇 번씩 낯을 붉히면서 왜 내가 그런 교만한 말을 했나 하며 고민한다. 하다못해 저 무시무시한 무의식에 도사린 어떤 무슨 뾰족한 이유라도 있겠지. 엄청난 발언 뒤에는 늘 구질구질한 이유가 있으니까. 오늘은 내 서재 창 밖 나뭇잎들이 한 70 내지 80프로가 다 떨어지고 거의 앙..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