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등목 뼈아프게 쌓아온 정성이 무너지면서 당신이 자지러지는 광경인지 목이며 등뼈 줄기 언저리에서 흔히 터지는 일입니다 분노가 수그러지는 조짐일지 아무의 잘잘못도 아닐 수도 어떤 미적지근한 생각이라도 벼락치듯 작살나는 순간입니다 미음자로 사방이 막힌 한옥 마당에서 속 깊은 들숨 날숨을 멈추고 기역자를 45도로 엎어 놓은 몸집이 하늘 지붕을 든든히 떠받히는 순간 당신이 소스라치는 여름은 무탈합니다 © 서 량 2020.08.02 詩 2020.08.03
|컬럼| 173. 몸에 대한 말들 누가 예쁘고 마음에 쏙 들었을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우리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사람을 눈에 넣다니. 바늘 구멍으로 낙타가 들어간다는 식으로 들리지 않는가. 'the apple of one's eye'라는 말이 떠오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누구를 예쁘고 귀여워한다는 바로 그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3.01.15
|詩| 목 속의 장작불 목 속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어요 목 속으로 봄바람이 연거푸 스며들어요 목 속 어디엔가에 내 유연한 유년기가 실개천처럼 흘러넘쳐요 오밤중에 겨울 숲 속을 헤매는 목이 짧은 동물 그림자가 아른거려요 나는 그 귀여운 동물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분명치는 않지만 아주 분명치는 않지만 불 기운이 트럼펫 소리보다 더 귀에 따가워요 샛별 같은 갈망의 불씨가 탁탁 튀잖아요 오, 불길이 가오리연처럼 미친 가오리연처럼 차가운 하늘로 치솟고 있어요 나는 뒤늦은 깨달음의 허리띠를 조여 매고 푸짐한 털목도리로 목을 감쌉니다 함박눈이 공손히 내리는 3월초에 나는 아무래도 당신의 침범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요 © 서 량 2009.03.03 詩 2009.03.03
|詩| 목에 면도날** 내 목은 자라 목 시방 내 목이 위태위태해 밖에 천둥번개가 난동을 치는 토요일 아침에 면도를 하는 중 터틀넥을 입고 터틀넥 한가운데 지퍼를 턱까지 치켜 올리고 머플러도 하지 않은 채 밤낮을 쏘다닐 때 내 목은 수염 하나 없이 대리석처럼 만질만질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면 목.. 詩 200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