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김정기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헤매고 있으면서 구겨진 모국어를 껴안고 흐느끼면서 문우들에게는 불붙은 꽃이 되라고 높게 키운 불에 눈을 뜨라고 입 다문 그대의 입이 열린다면 몸으로 성냥을 긋고 나를 살라 불길을 만들 수 있다면 산이 부서져 피리가 되는 아궁이에서 젖은 그림자를 말리며 은하가 되리 물결이 되지 못한 물은 강 밑바닥에 가라앉아서도 노래 부르며 타올라 가리, 가랑잎 되어 꽃으로 밀봉하여도 불꽃이 되기 위해 헝클어진 말들을 함께 추려 빗기자고 활활 타는 뜨거움으로 시간을 새길 수 있고 세계 곳곳을 달굴 수 있고 이제 빛나는 별들이 되고 있는 그대들 위해 한줌 재로 조용히 삭으러지리 © 김정기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