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분명 낯 익은 얼굴이다. 정면이 아닌 옆 얼굴 모습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어요. 굳이 심중을 밝히지 않아도 좋으련만. 이상해 딱히 내게 접근하지 않아도 좋았을망정.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않을 수록 많은 등장인물들이 꾸역꾸역 무대로 쏟아져 나왔다. 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스쳐가는 동안 우렁찬 남성합창이 울렸던 거야. 멜로디가 까무러치게 아름다웠어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원해서였다고 하면 더 더욱 애절해. 소나타 형식을 따를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정작 저 자신은 곡의 진행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는 꿈을 꾸는 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냐. 조명이 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