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나무 숲 김정기 바람 소리는 푸른 산울림이 되고 추위에 멱살을 잡히던 숲은 그루터기까지 떨고 있었는데 깊이 흔들리며 지나온 날들의 햇살 그 눈부신 설렘을 안고 내 안에 한 그루 자라던 산벚꽃나무 어린 태를 벗으며 달라지기 시작하여 숲에 가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대만 보면 눈물짓던 버릇도 버리고 그 숲에 발을 딛고 좁혀온 간격 있는 언어 아직도 그 이름만으로도 눈이 떠지는 자리 가지는 가지대로 엮인 자태에 매혹되어서 사철 봄 냄새로 가득 채웠다 우리는 휘청거리지 않았지 혼자라도 향기로웠지 어두워도 빛이 보였지 닿기만 하면 불이 켜지던 청춘을 거머쥐고 먼 길을 왔다 남은 시간도 꽃잎에 이슬로 태어나려고 한 점의 얼룩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분홍이 되기 위해 여기까지 초록의 부축을 받으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