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4

|컬럼| 20. 맞아야 하나 때려야 하나

맞아야 하나 때려야 하나 상대방의 말에 동의할 때 양키들은 약속이나 한 듯 ‘Right!’라고 외친다. 누구도 ‘Left!’ 하지 않는다. 올바른 길은 늘 오른쪽 길이라는 언어습관이 흥미롭지 않은가. 정치용어로 우익, 좌익 하는 것도 오른쪽 왼쪽을 연상시킨다. 인간은 왼손보다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더 이롭다는 학설이 있다. 심장이 가슴 왼쪽으로 약간 치우쳐서 위치하기 때문에 우리가 통상 오른손을 사용함으로써 심장을 외적(外敵)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리 있게 한다는 이론이다. 왼손잡이가 왼손을 휘두르며 하는 칼싸움은 자기 심장이 상대방의 칼끝에 가까운 만큼 위험부담이 클 것이다. 어릴 적에 왼손으로 숟갈질을 하다가 할머니에게 야단맞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상대의 말에 동의할 때 ‘맞습니다!’..

|컬럼| 422. 붙기를 좋아하세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붙는 것이 큰 소망이다. 왼쪽 안 주머니에 납작한 엿 덩어리를 품고 입시장에 가던 기억이 난다. 끈적한 엿의 점성(粘性)으로 시험에 붙고 싶은 심정이었다. ‘붙다’는 시험에 붙는 것 외에도 불이 붙다, 붙어 다니다, 이자가 붙다, 싸움이 붙다 등등 그 뜻이 매우 다채롭다. 당신과 나는 남에게 그럴 듯한 별명도 붙여주고 좋은 직장에 오래 붙어있기를 원한다. 붙는다는 것은 대개 좋은 일이다. 낯선 나라에 적응하는데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타향에 정을 붙이고 사는 재미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마음에 든다. 문화적, 정서적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남달리 쉽게 정을 붙이는 과정이다. 남녀 간에 정이 붙으면 서로에게 애..

|컬럼| 375. 한쪽은맞고다른쪽은때린다

홍상수 감독의 2015년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보았다. 띄어쓰기를 무시한 타이틀이 흥미를 돋군다. 미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말과 생각의 맞고 틀림이 당신과 나를 잔뜩 긴장시키는 2020년 11월 초순이라 더욱 그렇다. 지금, 그때, 맞다, 틀리다? 네 축이 네 가지의 조합을 빚어낸다. 영화 타이틀은 현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잘못을 솎아내어 적폐청산이라도 하려는 듯 금방 덤벼들 기색이다.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았다, 하면서 과거지향성 냄새를 풍기면 어떨까 하는데.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그때도 다 틀렸다! 또는 둘 다 맞다! 하며 선언할 수도 있겠지. 근데 맞고 틀림에 대한 판단은 누가 내리는가. 나? 너? 시사비평가? 내로남불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