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5

|컬럼| 306. 누가 누구를 속이나?

'hallucinate (환각을 일으키다, 환각에 빠지다)'는 17세기 중반쯤 통용되던 라틴어로서 마음과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횡설수설하는 말투를 뜻했다. 'hallucinate'는 그보다 반백 년 앞선 17세기 초에 고대영어에서 속인다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쓰이지 않는 용법이지만 마치 공룡의 화석처럼 말 속 깊은 곳에 우람한 뼈대가 묻혀있다. 15세기경 라틴어에 등장한 'delude (착각하다, 망상에 빠지다)' 또한 처음에는 속인다는 뜻이었다. 환각도 착각도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참한 결론이 나온다. 환각이나 착각의 속임수에 대한 질문이 터진다. 속이다니! 누가 누구를 속인다는 말인가. 지금껏 나는 내 환자들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례를 무수히 보아왔다. 환청에 시달리고 망상증에 빠진 환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