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3

|詩| 오래전 맨해튼

오래전 맨해튼 그때 그곳 눈에 뵈지 않는 구름이 뭉실뭉실 어리고 있었는데/ 그때 그곳 수많은 사람들이 더러는 선글라스를 쓰고 허공을 째려보고 더러는 슬며시 웃기도 했는데/ 그때 그곳 내 더운 햇살 앞가슴이며 얼굴이 뵈지 않는 자주색 윗도리 여자 등허리에/ 그때 그곳 짙은 물감이 사방팔방으로 뭉실뭉실 번져서 내 영혼을 마구 더럽히는 두터운 오후의 유리창/ 그때 그곳에 막무가내로 정말 막무가내로 새삼 다시금 가고 싶은데 詩作 노트:한여름 같기도 한 맨해튼에서 내가 진정성 있게 웃고 있다내 주변 언저리에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 서 량 2024.04.28

|詩| 소리가 타는 냄새

소리가 타는 냄새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비발디 협주곡을 듣는다 A minor 멜로디 불길로 타오르는 빨강머리 카톨릭 사제 Antonio Vivaldi 천식으로 기침을 킁킁 하는 비발디 스타일 박하 냄새 팍팍 풍기며 얽히는 바이올린 줄 열덟 개 입안에 갓 들어간 껌을 우적우적 씹는다 그래도 목이 타네 詩作 노트: 옛날에 쓴 詩가 조심스러워서 많이 미흡하다 나이 들수록 詩를 막무가내로 쓰고 싶어지지 말도 그렇게 하고 비발디를 듣자니까 © 서 량 2012.02.27 – 2024.02.29

2024.02.29

|詩| 대담한 발상

영화에서는 남자들이 얼토당토아니하게 공격적이잖아요 그래서 재미있잖아요 답답하고 후줄근한 역경이 다 지나가고 평온한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에야 당신은 죽음이 두려워서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남자들에게 질깃한 연정을 느꼈잖아요 종려나무 잎새를 포근히 감싸주는 하늘을 올려보는 순간이 딱 그랬어요 코리언 에어라인 창문 밖 구름 밑에 깔린 발 아래 뉴욕의 야경이 또 그랬고요 그건 손을 내쳐 뻗쳐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당신이 허기진 시선을 보내면 응당 들이닥치는 아찔한 현기증이었어요 더 이상 참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어 혹한의 추위가 내 거실을 뻔뻔스레 침범한 토요일이었나 싶은데 혹시 당신이 손에 땀을 쥐고 관람한 전쟁영화였는지 온통 땀으로 번질번질한 얼굴의 남자들이 막무가내로 뛰어다니는 전쟁터에서 터지는 일 같은 ..

202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