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도 2

|컬럼| 65. 룰루랄라

룰루랄라 수년 전부터 ‘룰루랄라’라는 우리말 유행어를 들어왔는데 노래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즐거운 마음을 뜻하는 말로 짐작된다. 인터넷 사전에 이 말은 나와있지 않다. 그 정도의 세월을 견디어 낸 속어라면 우리말 사전의 최첨단을 달리는 네이버나 엠파스 사전에 지금쯤 떡 올라와 있을 줄로 알았지. 그런데 구글 검색 결과로는 자그마치 백십오만 몇 개의 목록이 뜬다.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룰루랄라는 이제 개인 블록 명칭은 물론 노래방, 게임방, 식당, 서점, 쇼핑몰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쓰이는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됐다. 영어로 ‘lulu(룰루)’는 1886년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슬랭인데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 특히 미모가 빼어난 여자를 뜻한다. 그리고 ‘lala(랄라)’는 1980년대에..

|컬럼| 392. 마네킹

우연히 인터넷에서 구석본(1949~)의 시, “마네킹의 눈물”을 읽었다. (시로 여는 세상, 2018년 여름호) 얼굴을 뭉개버렸다 눈을 지우고 코를 지우고/ 입조차 깨끗이 뭉개버린 다음/.. 하며 시작했다가 나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 뜻밖에도 당신,/ 나 아닌/ 당신의 원형이 떠오른다.//.. 실로 감동 어린 부분이다. 점포를 닫는 상가의 쇼윈도 바닥에 마네킹이 반질반질한 맨몸으로 팽개쳐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마네킹은 눈을 빤히 뜨고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나는 마네킹이 속으로 울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시인은 얼굴이 뭉개진 사람 모양의 물체를 과학적 시선으로 응시하지 않는다. 시인은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보는 재능을 발휘하여 모종의 신비한 메커니즘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