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3

|컬럼| 136. 새빨간 거짓말

지난 5월에 맨해튼 호텔 여종업원 강간 혐의로 전 IMF 수석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이 체포됐던 뉴스는 큰 충격이었다. 요사이 그 종업원의 행실이 대단히 수상했다는 사실과 그녀가 일을 치른 후 돈을 받지 못해서 그를 성추행으로 고소했다는 주장이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법정은 그녀가 진술한 많은 거짓말을 대서특필했다. '거짓말'은 '거죽(겉: 表皮)말'이 변한 단어라고 우리말 고어사전은 풀이한다. 속 생각을 감추고 거죽으로 하는 겉치레 말이 즉 거짓말인 것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거짓말을 남긴다 하면 심한 소리일까. 그 호텔의 잡역부가 법원에서 한 거짓말은 위증(僞證)이라 한다. '거짓 위(僞)'는 '사람 인'변에 '할 위'로 이루어진 문자다. 이쯤 해서 우리가 하는 거짓말이란 '사람을 ..

|컬럼| 372. 당신의 이름을 나는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와 명국환의 '방랑시인 김삿갓'이 유행하던 때였다. 그 시절 음질이 좋지 않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한 가요가 떠오른다.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은 생각나지 않고 가사와 멜로디만 생생하다. 아무리 뒤져봐도 인터넷에 뜨지 않는 그 노래 가사가 이렇다. 당신의 이름을 나는 알고 싶소/ 그리고 내 이름도 아르켜 드리리다/ 우리가 서로서로 이름을 앎으로써/ 오늘의 사랑을 맺을 수 있고/ 그리고 내일도/ 기약할 수 있지 않소 여가수는 남녀가 하는 사랑의 전제조건으로 통성명을 내세운다. 그 절차에 착수하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남자가 작업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여자 쪽에서 “What’s your name?” 하고 물어보는 정황! 에덴의 동산에서 금단의 열매에 대뜸 손을 댔던 이브처럼 그녀..

|컬럼| 212. 살벌한 양심

정신분석학에서 사람 마음을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삼등분 하는 것을 아마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초자아라는 말이 너무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점도 있고 해서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양심이라 부르면서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양심은 사람들이 살면서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도덕성을 일컫는다. 양심은 또한 우리가 순간순간 내리는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 당신은 죄와 벌을 판가름하는 냉철한 검사가 되기도 하고 상황을 잘 검토해서 배심원들에게 호소하는 인정 많은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요컨대 양심은 혹독한 비판과 따스한 배려가 공존하는 이상한 양면성으로 우리를 곧잘 혼동시킨다. 거의 매일을 신문에서 보는 사퇴(辭退)라는 단어를 찾아 보았다. 말씀 사, 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