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4

|컬럼| 396. 언어는 꿈이다

십여 년 전에는 외래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당신과 나 같은 이른 바 정상인들의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다루었다. 환자의 꿈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때에 따라 유효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병동 입원환자들을 상대로 하면서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다. 그 대신, 그들의 환청이나 망상 자체가 꿈이나 다름없다는 경이감에 빠진다. 자존감의 빈곤으로 비관하는 환자가 과대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원성취(wish fulfilment)에 급급한 심리상태가 빚어내는 비현실적 현실이다. 소원성취는 꿈의 가장 고마운 기능이다. 꿈에 소원이 성취되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엄청난 소원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소망이 충족되는 순간 당신은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오랫동안을 행복해하지 않았던가. 언..

|컬럼| 313. 꿈에 대한 보충설명

당신이 내게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한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Interpretation of dreams, 1899년 출간)’이 가르쳐준 몇 가지 원칙을 추종하는 정신과의사로서 나는 좋은 음악에 심취하듯 당신 꿈의 내용에 몰입한다. 꿈의 내용에는 ‘드러난 내용(manifest content)’과 ‘감춰진 내용(latent content)’이 있다. ‘드러난 내용’은 거죽으로 나타나는 사실적 요소다. 당신은 꿈에 어느 버스 정거장 벤치에 홀로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한 모르는 남자가 우산을 들고 당신 쪽으로 걸어온다. 방금 열거한 사실적 진술이 드러난 내용의 좋은 본보기다. 드러난 내용은 수박 겉핥기 식의 내용이다. 당신의 행선지가 어디였는지, 그 정체불명의 우산 든 남자가 어떤..

|컬럼| 357. 가장 개인적인 것

영화 ‘기생충’! 좋은 집에 사는 박사장 가족과 반지하에서 사는 김씨 가족은 처음에 서로 공생(共生)하는 관계였다. 김씨 가족 전원은 박사장 집에서 일하는 어엿한 피고용인들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에 빌붙어 기생(寄生)하는 관계가 전혀 아니었다. 박사장 저택의 어두운 비밀 지하실에는 가정부의 남편이 숨어서 오랫동안 무위도식하고 있다. 좋게 말해서 그는 식객(食客)이다. 밉던 곱던 한 사람을 기생충(寄生蟲)이라고 벌레 취급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다. 2020년 2월 9일에 ‘기생충’이 오스카 상 역사상 외국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자랑스럽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미국의 노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명언을 인용한다.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 (The 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