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오래된 교회 김종란 눈물 메마른 소금꽃 고통으로 일그러진 흉터 꽃으로 품으며 오랜 세월 은고(恩顧)한 무겁고 고된 두 발과 두 손 은과 금의 숲 소문의 바람 속 흔들리다 다시 허리를 펴는 장중한 붉은 빛 두 눈 지그시 감으며 끌어 안는 폭설 바람 그리고 눈부신 봄의 햇살 적막한 가을의 오후 수인(囚人)에서 자유인(自由人)으로 이슬 머금은 꽃으로 보이지 않게 보이시는 살아 있는 말씀 숨겨지며 드러나는 침묵, 그 세밀하고 부드러운 눈빛 © 김종란 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