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2

꽃병/오래된 교회 / 김종란

꽃병/오래된 교회 김종란 눈물 메마른 소금꽃 고통으로 일그러진 흉터 꽃으로 품으며 오랜 세월 은고(恩顧)한 무겁고 고된 두 발과 두 손 은과 금의 숲 소문의 바람 속 흔들리다 다시 허리를 펴는 장중한 붉은 빛 두 눈 지그시 감으며 끌어 안는 폭설 바람 그리고 눈부신 봄의 햇살 적막한 가을의 오후 수인(囚人)에서 자유인(自由人)으로 이슬 머금은 꽃으로 보이지 않게 보이시는 살아 있는 말씀 숨겨지며 드러나는 침묵, 그 세밀하고 부드러운 눈빛 © 김종란 2015.09.28

누(淚) 2012 / 김종란

누(淚) 2012 김종란 슬픔을 간직하겠다 찾아 왔으니 품어 안고 본다 푸른 눈꽃 어룽지는 눈 들여다 본다 나의 손은 얼음 슬픔 안에서만 자유로운 얼음이다 우리 서로 손 잡을 때 슬픔은 빙하기에 든다 멀리서부터 기적소리 새된 슬픔의 소리 이른다 슬픔의 기관차는 육중하고 오래 되어 거칠다 일단 정지 신호를 무시한다 얼은 입으로 당신이 웃을 때 얼음조각이 비수처럼 빛나며 부서진다 우리는 동지이나 적이다 내 슬픔의 용량은 너에 미치지 못하니 나는 너를 품으면서 배척한다 비밀처럼 뿌리 내리길 향기 없으나 향기 예비한 그 미세한 파문 기억하지 주르륵 흐르는 눈물 웅크린 채 얼어붙은 두 손을 본다 © 김종란 201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