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3

|詩| 내 그림자

어느 날 내 그림자가 휘청거리는 장면을 보았다 무형도 유형도 아니면서 연신 변덕을 부린다 누군가 저를 살펴보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듯 태평한 동작! 내가 점잖아지면 저도 차분해지고 내가 까불면 금세 팔짝팔짝 뛰논다 그는 찬 바람 몰아치는 봄밤이면 내 등때기에 바싹 들러붙어 내 육신의 명맥을 잘 이어주는 본심을 알 수 없는 동물이었다 지금 잠시 어디로 외출하고 없는 내 그림자가 그립다 시작 노트: 16년 전에 멋모르고 쓴 시를 지금 새삼 살펴본다. 그때도 내 동물뇌와 인간뇌를 분리해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잘난 척하면서 분별심을 발휘하는 나는 또 누구냐. 나도 내 그림자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을 뿐. - 2023.02.28 © 서 량 2007.07.26 -- 뉴욕..

발표된 詩 2023.03.01

|詩| 목 속의 장작불

목 속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어요 목 속으로 봄바람이 연거푸 스며들어요 목 속 어디엔가에 내 유연한 유년기가 실개천처럼 흘러넘쳐요 오밤중에 겨울 숲 속을 헤매는 목이 짧은 동물 그림자가 아른거려요 나는 그 귀여운 동물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분명치는 않지만 아주 분명치는 않지만 불 기운이 트럼펫 소리보다 더 귀에 따가워요 샛별 같은 갈망의 불씨가 탁탁 튀잖아요 오, 불길이 가오리연처럼 미친 가오리연처럼 차가운 하늘로 치솟고 있어요 나는 뒤늦은 깨달음의 허리띠를 조여 매고 푸짐한 털목도리로 목을 감쌉니다 함박눈이 공손히 내리는 3월초에 나는 아무래도 당신의 침범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요 © 서 량 2009.03.03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