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 김정기 10월 김정기 내 몸이 나를 버리면 환한 빛살 타고 갈대밭을 건느리 더운 피를 삼키며 맞는 아침 죄 없는 새들이 모여서 마지막 등을 기대고 가을을 들킨 과실들이 얼굴을 붉히네 단풍나무 아래서 우리는 모두 유월 숲 흉내내도 10월의 발길에 떠밀려 가고 이제 당신이 떨 구고 간 이름 하나 앞가슴에 달고 바람 헤치며 어디로 날아 가야하나 내 몸이 나를 버리면 © 김정기 2009.10.22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07
가을 폭설 / 조성자 가을 폭설 조성자 시월 폭설로 한 쪽 어깨가 찢어진 아그배나무 살가죽 위로 눈 녹아 쓰리다 지나던 바람 사마리아인처럼 압박붕대로 둘둘 감기며 지혈을 하고 햇살 한 컵 받아 국화 향 진통제를 먹인다 단풍나무 이파리가 낮 꿈을 꾼 듯 뒷목을 긁적이며 부스스 일어선다 마주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11.21
어떤 그림자 / 송 진 어떤 그림자 송 진 뒤뜰의 단풍나무 한없이 고마웠지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서슬이 퍼런 날을 들이대는 서향의 횡포를 슬쩍 데쳐낸 파무침처럼 거세시키고 가을이면 천국의 낌새까지 엿보게 해주니. 수정 같은 추억들이 가지마다 부풀어 오르는 겨울이면 각진 마음의 모서리에도 고드름이 열리고 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