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2

|컬럼| 14. 악마와 샛별

고대 유럽의 켈트(Celt)족이 쓰던 달력은 10월 말에 한 해가 끝났다. 기원전 500년경 당시의 미신에 따르면, 그들의 연말인 10월 말일은 모든 떠돌이 귀신들이 이듬해에 기거할 사람 몸을 점령하기 위하여 날뛰는 날로서 죽은 영혼들과 산 영혼들이 뒤범벅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귀신에게 씌우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10월 31에 동네방네 떼지어 쏘다니며 소란을 피우고 귀신 쫓는 행사를 벌렸다. 그 날을 이름하여 ‘핼로윈데이(Halloween day)’라 했는데 어원학적으로는 ‘모든 성현의 날’(All-Saints Day)’이라는 뜻이다. 이열치열의 원칙 대로 귀신을 쫓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귀신 짓을 하는 것이다. 요사이에도 핼로윈데이에 귀신이나 악마 복장을 입은 아이들이 남의 집 문을 두드리며 “..

|컬럼| 76. 꽃샘추위

꽃샘추위는 영어로 번역이 불가능한 우리만의 독특한 어휘다. 봄이 다가오면서 꽃들이 저마다 울긋불긋 고개를 처들 때 그 아름다움을 시샘해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며 기온을 떨어뜨려 사람들을 추위에 덜덜 떨게 하는 기후현상을 우리는 꽃샘추위라 부른다. '시새움'의 약자인 '시샘'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의 우월성을 미워하고 싫어함을 뜻하는데 한자로는 시기(猜忌)라 한다. 당신은 단테의 신곡(神曲) '연옥'편에서 살아 생전 시샘이 많았던 영혼들이 벌을 받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샘꾸러기 영혼들은 눈까풀이 철사로 굳게 꿰매져서 아예 처음부터 남이 잘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형벌에 시달린다. 그들은 죽어 앞 못 보는 장님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7대 죄악에 '시기'가 들어가고 유교의 칠거지악에는 '질투'가 들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