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4

|컬럼| 9. 똑똑한 사람은 남을 아프게 한다

어릴 적에 할머니가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 절에 가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 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우리말 어원사전에 의하면 ‘눈치’는 ‘눈(眼)’과 ‘한 치, 두 치’ 하는 치수의 기본 단위가 합쳐진 말이라 한다. 쉽게 말해서 ‘눈’으로 재는 ‘치수’를 뜻하고 그 눈대중이 빠른 사람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부른다. 눈치라는 의미에 꼭 맞는 단어가 영어에는 없지만 가장 가깝게는 ‘smarts’라는 표현이 있다. 1970년 대에 만들어진 속어로 복수형 명사다. ‘He has street smarts’ 하면 세상 물정에 밝다는 의미. 우리말 관용구에 ‘척하면 삼천리’ 라는 표현도 눈치와 상황판단이 재빠르다는 뜻이다. 통상 ‘영리한, 똑똑한, 총명한’이라는 형용사로 익히 알려진 ‘smart’를 동..

|컬럼| 158. 눈치 코치

'hunch'는 워낙 15세기경 '튀어나오다' 혹은 '돌출하다'는 말이었고 나중에 어깨나 등을 활처럼 구부린다는 뜻이 됐다. 등허리가 튀어나왔다 해서 꼽추를 'hunchback'이라 한다. 그러던 'hunch'가 1904년부터는 '예감'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어떤 예감이 떠 오를 때 생각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튀어나오는 모양이다.  'hunch'는 송이, 뭉치 또는 다발을 일컫는 'bunch'와 말 뿌리를 같이한다. 해리 벨라폰테의 히트곡 '바나나 보트 송'의 중간부분에 "Six foot, seven foot, eight foot BUNCH!" 하는 바로 그 'bunch'도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나나를 다발로 묶어 놓은 자마이카의 야간노동자들이 부르는 노래다. 그들이 아침 해가 밝아오자 ..

|詩| 구름의 속도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기류를 헤치고 질주하는 것을 보았다 우주탐색 로켓처럼 당신과 내 사이를 슝슝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거야 구름의 가장 무서운 습성은 과속이 잦다는 것 구름은 교통 단속을 받지 않습니다 구름은 절대로 하늘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그래서 무진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실성을 해도 누가 뭐라 탓하지 않아요 핏빛 석양을 깨물어 먹는 날짐승 공룡들이 원시의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절단한다 공룡의 과속은 지구와의 결별을 위한 수단이다 구름이 시야에서 필연적으로 사라진다 구름의 행적을 찾아내서 내 알뜰살뜰한 원근법 안쪽으로 끌어드릴까 하는데 총알보다 빠른 구름의 몸놀림을 맨눈으로 쫓아갈 수 있다 하는데요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당신과 내 속을 발칵 뒤집어 놓는..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