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3

|詩| 큰 나무 노래

큰 하늘 사이로 저 검푸른 나뭇잎이 흔들리는지 저 뚜렷한 귀금속 청동의 거목 인자한 가지마다 당신의 소망이 우리 미미한 공백의 마음을 흔드는지 더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대저 우리의 실책이라는 것들이 이 엄청난 시공으로 매달리듯 날아가는 구름 떼의 아득한 신음 소리다 하셨다 나무를 휘감아 오르는 어느 더운 바람의 심중이 우리 속 죽음의 잔가지를 부검하는 목숨 깊은 칼질이다 순순히 솟아나는 푸르름의 떨림이다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전혀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시작 노트: 88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된 해에 내가 미국에서 이런 시를 쓰다니, 하는 상념에 잠긴다. 한여름. 하늘을 가리다시피 신록이 울창한 나무잎새들이 흔들리던 그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엄청나게 큰 나무 둥치서..

발표된 詩 2023.03.04

쑥대밭 / 김정기

쑥대밭 김정기 옛날, 옛날 구성동 입구 쑥밭(蓬田) 마을에는 착하고 부지런한 노인이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나 즐겁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은 나무 하러 산으로 들어갔다가 초립동자를 만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니 초당이 하나 나왔는데, 이 초당에는 월명수좌(月明首座)라는 신선이 살고 있었다. 그 신선은 노인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대접할 것을 만들겠다면서 콩 몇 알을 가지고 산 능선으로 올라갔다. 신선이 심은 콩은 짧은 시간에 싹이 트고 자라 노인이 보는 앞에서 열매가 익었다. 신선은 콩을 따다가 두부와 음식을 만들어 노인을 대접했다. 노인은 풍성한 대접을 받고 정담을 나누느라 집에 돌아가는 일을 잊어버렸다. 얼마쯤 놀다가 집 생각이 나서 신선과 이별하고 돌아와 보니, 노인이 살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