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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소는 없다 / 김종란

검은 소는 없다 김종란 검은 손이 옆구리 곁에 슬몃 비친다 검은 꽃은 언제부터인가 검은 소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빛이 쏟아져 검은 꽃 끝없이 스며들어 빛은 이제 검은 꽃 검은 소의 눈은 희다 흰자위로 드넓다 검은 손이 지나가는 검은 꽃 푸른 혈관의 그물에 걸려 있다 무릎이 희게 헤어진 검은 소 뒤로 뒤로 아득히 물러나며 검은 꽃은 피어나서 고삐를 쥐고 있다 낮 낮 낮과 밤 밤 밤과 밤낮 푸른 피의 그물 안에 피어나는 검은 꽃은 고삐를 쥐고 있다 © 김종란 2009.08.31

|詩| 낮에 노는 강

강이 재잘대는 강물이 낮 동안 실컷 놀다가 물고기와 더불어 까불며 놀다가 밤이 되면 말도 안 하고 웃음도 그치고 이중인격자 안색으로 슬금슬금 일을 하는 거야 일이라는 게 가만이 보면 바다로 바다 쪽으로만 흘러가는 짓 훌륭한 작업이에요 그런데 강물은 그 짓을 밤에만 한대나 봐 낙엽은 또 보라는 듯이 낮에만 떨어지잖아 밤에는 끈적한 수액을 몸 속에 똘똘 다진 다음 남은 힘으로 까칠한 가지를 끌어안고 자고 애써 자고 환한 햇살의 위로를 받아들이며 다음 날쯤 휘청휘청 떨어지고요 낙엽이 말이에요 누런 낙엽 한 잎 강물에 술렁술렁 떠내려 가네 그림 같은 낙엽 한 잎 얇은 그림자 낙엽 한 잎이 강물이 재잘재잘 떠들면서 낮 동안 실컷 노는 사이에 © 서 량 2008.09.18

200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