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는 없다 김종란 검은 손이 옆구리 곁에 슬몃 비친다 검은 꽃은 언제부터인가 검은 소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빛이 쏟아져 검은 꽃 끝없이 스며들어 빛은 이제 검은 꽃 검은 소의 눈은 희다 흰자위로 드넓다 검은 손이 지나가는 검은 꽃 푸른 혈관의 그물에 걸려 있다 무릎이 희게 헤어진 검은 소 뒤로 뒤로 아득히 물러나며 검은 꽃은 피어나서 고삐를 쥐고 있다 낮 낮 낮과 밤 밤 밤과 밤낮 푸른 피의 그물 안에 피어나는 검은 꽃은 고삐를 쥐고 있다 © 김종란 200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