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3

|詩| 싫어도 봄이라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지 육중한 얼음장 바닥에서 아앗! 뜨거워라, 뺨이며 광대뼈며 삼각형으로 다림질 당한 단풍잎들이야 죽건 말건 정이월 춘삼월 내내 진눈깨비 끼리끼리 순 지들 맘대로 난동을 부렸다는 식이지 동네 수양버들 능수버들 갓난애기 젖비린내 냄새 난다 딩,동! 하는 섬세한 손가락이며 겁난다 언덕길을 스치는 미끈한 엉덩이 싫다, 싫다! 외면해도 한번 더 붙자는 식이지 느지막이 도착해서 내 앞에 서는 봄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봄 © 서 량 1999.03.26 (문학사상사, 2001)에서 수정 - 2021.03.17

발표된 詩 2021.03.17

|컬럼| 333. 왜 난동이 일어날까

내가 일하는 정신병원은 병원 전체가 폐쇄병동이다.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여러 군데 전전하다가 후송돼 오는 곳이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확성기를 통하여 ‘코드 그린’이 전 병원에 울려 퍼진다. 직원들이 비상사태가 터진 병동으로 뛰어간다. 한 환자가 난동을 피운 결과가 코드 그린의 원인이 된다. 그린, 초록은 성장의 상징이니까 환자들이 정신적 성장을 위하여 난동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나는 자주한다. 어릴 적 길거리에서 내 또래 코흘리개 어린애들이 치고 박는 싸움이 나면 동네 어른들이 “싸워야 키 큰다”며 소리치며 애들 몸싸움을 선동하던 기억이 난다. ‘agitation, 난동’에 대하여 환자들과 토론했다. 난동을 피우는 환자는 병동직원이나 다른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