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라라 3

|詩| 늦가을 비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곰팡이 냄새 물씬한 비가 누추한 강변을 적시는 그런 구질구질한 비가 내릴 때 같은 때 당신이 음침한 흑백사진을 찍는다거나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어 안 했어 화사한 햇살이 멀미처럼 출렁이던 늦가을 오후는 가고 없고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비가 나 몰라라 하며 내린다 지하실에도 다락방에도 컴퓨터 모니터에도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내린다 내일 죽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거침 없이 죽죽 잘만 내린다 © 서 량 2010.11.23

201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