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5

피카소와 Guitar / 김종란

피카소와 Guitar* 김종란 Guitar를 오브제로 몰두한 당신에게 고마워 아프게 반짝이던 시간들 해체된 Guitar 그 한 켠 납작 드러누우니 드러나는 무한 미로가 색감과 조형과 그림자까지 외포되는 Guitar의 실체 그 뜨겁고 맑은 춤 여섯 줄의 마법 같은 고요 숨 죽이며 바람에 흩어지는 색채 스미고 흐르다 문양으로 머문 소리가 유랑하듯 살아있어 안으로 안으로 감싸 안았던 불꽃의 기호가 벽지와 오래된 악보와 신문 목탄, 일상의 유희로 당신의 절대적인 구도안에 꼴라쥬 되 있어 빨간 실뭉치 버거웠던 내 스무 살의 열기 당신의 작업실에 기웃거렸을까 Guitar와 나의 눈 먼 사랑은 연주 되고 있어 * Picasso: Guitars (1912-1914) © 김종란 2011.05.24

|詩| 노랑색 횡단보도

노랑색 횡단보도 -- 마티스 그림 "노랑, 빨간색 옷에 기타와 함께 있는 소녀"에게 (1939) 허둥지둥 하지 않는다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서슴없이 얼굴을 마주한다 이제 다 말해 줄게 기타 줄을 튕기고 싶다 가장 굵은 저음 소리 퉁, 퉁 세상을 가로지르는 노랑색 물결이 출렁거려요 오른 쪽 손 어깨 왼쪽 굵은 index finger 푸른 색 커튼 실내에 산소와 수소 또는 향기로운 정물화 사과 포도 등등 죽은 듯 살아있다 기타의 감각기관을 검사한다 눈 코 배꼽 입술 가려진 귀 노출된 목 가슴을 지배하는 목 관자놀이 풍성한 치마 당신의 눈을 살핀다 웃는 듯 또는 생각에 잠긴 눈 막대자석이 이루는 磁場 지남철 철사줄, 줄이 없는 기타가 참 좋아요 기타에는 워낙 門이 없습니다 *노랑, 파랑 옷에 기타를 든 ..

|詩| 꿈, 생시, 혹은 손가락

쟤는 지금 자고 있어요 하는 어머니 목소리 들린다 나는 자고 있구나 어머니도 지금쯤 편안히 주무시고 계시려나 기타와 바이올린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어 하나는 작고 하나는 좀 큰가, 그게 다야? 기타인지 바이올린인지 음정을 규정하는 당신 왼쪽 가운데 손가락 끝이 떨린다 실물 크기 천연색 손가락이야 당신 손가락 네 개가 미친 듯 한가을 메뚜기 떼처럼 인간성 없는 컴퓨터 칩처럼 지직 지지직 바삐 움직이고 있네 나른하고도 약간 서글픈 장면이라 해야 좋을지 몰라요 © 서 량 2007.11.17

발표된 詩 2022.05.20

바람의 기타(Guitar) / 김종란

바람의 기타(Guitar) 김종란 케이블카 위에 구름이 흐른다 케이블카 지붕 위에 기타를 안고 있다 바람은 기타를 울려 본다 내 서툰 연주 덮으려 연주를 한다 바람이 밀어다 올려 놓은 케이불카 지붕위에 위태위태 흔들리며 선다 기타를 껴 앉는다 오후 4시와 5시 사이 허드슨 강이 무겁게 흐르고 엿가락 같이 끈적하고 기인 길도 터벅터벅 들어 온다 비 개인 숲속에서 자라나 뛰어든 폭포 이미 끝자락 푸르고 희게 웃으며 떨어진다 붐 비는 도시 어두운 길에 화투짝처럼 떨어져 있다가 바람에 휘몰려 지붕위에 날아 오른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맨해튼 어느 지붕 위에서 서툴게 기타를 친다 젖은 신발 벗지 못한 채 지니고 온 때 묻은 배낭에 기대어 보다 못한 바람이 나의 기타를 울린다 여러 길을 걸어와 잠시 머물다 일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