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 김종란 정적 김종란 맑고 파란 정적(靜寂) 물방울 소리 들린다 드러난 심장 정적은 숨쉬고 있다 정적은 쏟아진다 눈 내린다 어두운 숲 듬뿍듬뿍 지워 버리는 흰 페인트 눈 내리는 숲, 숲의 노루처럼 나의 근심이 지난다 총알 보다 빠르게 꿈인듯 뛰놀다 간다 소리 없는 거미집 빛이 일렁이며 놀다 간 반짝이는 그물, 가득 주름잡힌 마리아 테레사의 얼굴이 치마끝에 흰 페인트를 묻히며 캄캄한 골목에 접어든다 © 김종란 2021.05.25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31
검은 소는 없다 / 김종란 검은 소는 없다 김종란 검은 손이 옆구리 곁에 슬몃 비친다 검은 꽃은 언제부터인가 검은 소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빛이 쏟아져 검은 꽃 끝없이 스며들어 빛은 이제 검은 꽃 검은 소의 눈은 희다 흰자위로 드넓다 검은 손이 지나가는 검은 꽃 푸른 혈관의 그물에 걸려 있다 무릎이 희게 헤어진 검은 소 뒤로 뒤로 아득히 물러나며 검은 꽃은 피어나서 고삐를 쥐고 있다 낮 낮 낮과 밤 밤 밤과 밤낮 푸른 피의 그물 안에 피어나는 검은 꽃은 고삐를 쥐고 있다 © 김종란 2009.08.31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