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공간 3

|詩| 짧게 말하기

아침이면 아침마다 생선 *아지 사려~ 하는 생선장사 구성진 목소리가 담장 밖에서 울리는 곳. 서울 성북구 수유리 수유동에 살면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장군의 수염을 읽었다. 수유리 장미원 근처에 보건탕이라는 대중탕이 있었고 가까운 거리에 4.19 기념탑이 있었다. 당신과 나와 이어령의 벌거벗은 청춘이었다. 새파랗게 젊으신 어머니는 짭짤한 아지 조림을 자주 하셨다. 신성일이 내 動物腦의 영웅이었고 이어령이 내 人間腦의 지도교수 역할을 맡은 격이다. 내 뇌리에서 생선 아지 비린내가 풀풀 났다. 2002년 4월 어느 날 맨해튼에서 이어령 선생이 제한된 숫자의 관객들에게 무슨 담론을 펼쳤다. 연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좀 잘난 척하고 싶었지. 정신과에서 말하는 transitional space..

2022.03.04

|컬럼| 393. 유니콘의 사랑

딸이 한참 어릴 적에 ‘The Last Unicorn, 마지막 유니콘’이라는 만화영화를 함께 본 적이 있다. 마법의 축복으로 평온한 숲에 살던 유니콘은 어느 날 자기가 마지막 남은 유니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니콘들의 아름다움을 독점하기 위하여 해거드 왕이 붉은 황소(Red Bull)를 시켜 바다 속에 모든 유니콘들을 감금했기 때문이다. 해변 드높은 성에서 흰 물거품 파도에 휩쓸리는 그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사는 킹 해거드! 유니콘은 친구들을 찾아 나선 길에서 마술사 슈멘드릭(Schmendrick, 유대어의 분파 이디시말로 ‘바보’라는 뜻)을 만난다. 산적들에게 잡혔다가 탈출한 둘의 여행길에 두목의 아내, 몰리(Molly)가 합세한다. 일행은 레드 불의 공격을 받는다. 슈멘드릭은 유니콘을 보호하기..

|컬럼| 222. 과도기 현상

옛날 어릴 적 살던 집 담 밖에 우뚝 선 전봇대 꼭대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났었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도란스' 소리라 했다. 그것은 강력한 전압을 가정집 수준에 맞게 낮추는 'transformer (변압기)' 소리였는데 그 단어의 첫 부분만 따온 일본식 영어발음이었다. 그 '도란스'가 'transport(옮기다)', 'transit(운송)', 'transition(과도기)' 같은 낱말의 시작 부분이라는 것 또한 한참 뒤에 알았다. 'trans'에는 가로지른다는 동작감 외에도 변화, 변천 같은 추상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transport'는 중세 불어와 라틴어에서 무엇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긴다는 뜻이었고 16세기 초에는 '감정에 압도당하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당하다'라는 말이 속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