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이라는 숫자 김정기 서서 울고 있다 평생 그는 서있었다 앉거나 누우면 여지없이 허물어지므로 서서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새해가 닥쳐오니 또 한권의 일기장을 9불 99센트에 샀노라고 성탄카드에 썼다 숨어있는 우리말을 찾으려고 9th Avenue 골목길에서 모래로 삭아가는 돌집을 이고 비에 젖어 서 있다 은빛 머리가 더욱 빛나 극치에 도달한 모습으로 겨울의 평화를 땅 위에 내려놓으며 그는 조용히 깨어나고 있다 © 김정기 201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