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3

|詩| 흥분파

흥분파 문어는 심장이 셋에다가 뇌가 아홉 개래. 심장 하나는 여덟 개 발로 콸콸 피를 보내는 일을 따로 한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언저리 길거리. 코뿔소, 하마 같은 성미 급한 동물들. 침착하게 앞발을 든 코끼리. 코끼리는 침착파, 툭하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들기는 고릴라와 문어를 흥분파로 분류했다. 고릴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어는 왜? 하고 당신은 물어보겠지. 그거 옛날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징. 詩作 노트:Lower Manhattan 자유여신상이 횃불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이는 한여름 오후 언저리였어 사람들이 왕창 떠드는 곳이 © 서 량 2024.07.29

2024.07.29

|詩| 동물도시

동물도시 사자 기린 코끼리 토끼 개 하마 코뿔소 늑대 원숭이 아기 원숭이나는 고릴라 앞에서 손을 높이 든다Lower Manhattan  찬 바람누군가 앞발로 당신을 감싸준다 날씨 좋은 날 이불도 없이 이불도 덮지 않고 詩作 노트:맨해튼 남단 지도로 보면 고구마 밑동처럼 생긴 곳거기에 가면 몸에 생기가 돈다 당신도 한번 가봐라 © 서 량 2024.04.10

|詩| 혀끝

겨울바람에 뺨이 빨갛게 익은 채 안경 쓴 여자가 눈을 깜박인다 책갈피에 찡겨 있는 꽃이 뜨거워지자 금방 불이 난다 책이 그 자리에서 몽땅 다 타버렸다 혀끝을 아랫니 윗니 사이에 넣고 꽉 깨문다 그렇게 아프게 혀를 깨물면 자각심 경각심 튼튼한 경계심으로 내 인생을 채찍질하는 생각들이 판을 친다 판을 치면서 뺨을 찰싹찰싹 때리기도 한다 나는 큰 명분도 없이 가슴을 쾅쾅 두드린다 800 파운드짜리 털북숭이 눈 흰자위가 왈칵 뒤집히도록 골이 난 고릴라처럼 벌떡 일어서서 © 서 량 2005.02.05-- 2007년 3월호에 게재 시작 노트: 오래된 책갈피 속 마른 꽃이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몰래 간직한 겨울이다. 어느 날 불꽃이 고릴라로 돌변한다. 이윽고 책에 불이 붙는다. 18년 전, 바람 부는 겨울 들판을..

발표된 詩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