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엉덩이 엉덩이 큰 동물 두 마리일방통행 표지 뼈아픈 화살표나는 고개를 옆으로 숙인다lower Manhattan, 갈대로 만든 코끼리 허리 꼬리 목덜미 더운 햇살 아래지푸라기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네 詩作 노트:Manhattan 남단 Chelsea Market 언저리 코끼리 전시장 설명판에 ‘From India with love”라는 거야 ⓒ 서 량 2024.10.06 詩 2024.10.06
|詩| 마우스피스 마우스피스 과묵한 금속을 밀착 취재하는얇은 갈대 버들피리버들피리 소리 삘릴리 삘릴리나는 입술에 침을 바른다목이 구부러진 테너 색소폰의 절제된 기대치바람에 씻기는 바람 소리 비브라토 비브라토 詩作 노트:색소폰 리드를 침으로 적신 다음 마우스피스에정교하게 맞추어 묶으며 나는 천천히 흥분한다 © 서 량 2024.03.20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20
11월에게 / 김정기 11월에게 김정기 나뭇잎에 가려 들리지 않던 먼 기적 소리 기침에 묻어 토해내는 맑은 울음 그대에게 가네 닿기만 하면 물이 되어 썩는 육신 씻어 첫 새벽 흔적 없이 잎 떨군 나무 가지에 올려놓는 바다 돌아오지 못할 항해에 배를 돌리는 11월 고요한 것이 꿈틀대며 세상을 덮는 황홀을 오후 네 시의 어두움을 만지며 朱黃볕 한 가닥 눈에 넣어 갈대 한 잎에 고인 이슬 되네 © 김정기 2009.11.07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08
|詩| 화려한 가을 바람결 물결치는 호숫가 머리칼 풀어헤친 갈대들이 서걱거린다 샛노란 금발 또는 갈색 머리 내 어릴 적 앞마당 장독대보다 더 높은 음정 하왕십리 지나 행당동 무학여자고등학교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다음 소절을 예고하는 트롬본 주법으로 낮게 터지는 당신의 탄성 지구의 예민한 음감, 바람이 몸을 푼다 천천히 잠시라도 좋아, 잠시라도 좋다며 우주 속 깊이 자리잡은 무한한 가을을 나는 줄기차게 탐미한다 시작 노트: 가을에는 바다를 멀리한다. 갈대밭을 훑어가는 바람. 잔물결 일렁이는 호수. 행당동 변전소 앞을 지나 전차 역으로 가는 행길에서 무학여자고등학교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린다. 금관 4중주 연주가 그치지 않는다. © 서 량 2022.10.11 詩 2022.10.11
|詩| 오픈카 하늘이 낮게 내려 앉은 어느 날 한여름이 옷깃을 여미는 오후 새 몇 마리 짙은 회색 구름 너머로 조그맣게 날아가는 어느 날 바람이 갈대 숲에서 잠시 숨을 죽였지 갈대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갈대들이 아무런 내색함이 없이 바람을 조용하게 일으키고 있었지 바람 한점 없는 들판 비포장 도로에 빨간색 오픈카 한 대 한동안 서 있었지 © 서 량 2020.06.25 詩 2020.06.25